2007년 09월 19일
스크럼(역자 서문)
"Agile Project Management with Scrum" (Ken Schwaber)
역자의 말
소프트웨어 공학 분야에 오래 몸담고 있다 보니 상당히 다양한 성격을 가진 조직들에 몸담게 되었다. 방위산업체 무기 개발 프로젝트에서 시작하여 디지털 셋탑박스 개발 프로젝트를 거쳐 자동차 전자장치 개발 프로젝트, 현재 ERP 개발 프로젝트에 이르기까지 종사하였던 산업 분야뿐만 아니라 개발했던 소프트웨어의 특성도 참으로 다양하였다.
다양한 성격의 조직만큼이나 각 조직이 소프트웨어 공학 전문가로써의 역자에게 원하는 사항은 다양했다. “사람이 바뀌어도 개발 경험이 사라지지 않고 지속적으로 계승 발전되었으면 합니다” “개발 속도를 지금의 절반으로 단축시켜야 합니다. 무언가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개발 품질이 정말 문제입니다. 어떻게든 품질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개발 관리가 잘 되지 않습니다. 사실 전혀 가시성이 확보되지 않아 프로젝트가 언제 끝날지 예상할 수 없습니다” “개발자들의 역량을 높이고 싶습니다. 몇 년이 지나도 그대로입니다” “어떤 방법을 사용하더라도 기한 내에 A 제품 개발을 완료해주세요. 회사의 사활이 달려있습니다. 세부적인 사항은 알아서 하시고요”
역자도 소프트웨어 개발자로써 그야말로 박박 기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 경험이 있었기에 이런 식의 악순환은 더 이상하고 싶지 않다는 열망에서 커리어를 개발자에서 소프트웨어 공학 전문가로 바꾸게 된 것이다. 1998년에는 이런 소망을 가진 사람들이 기댈 곳이라고는 美국방성에서 강력하게 밀고 있었던 SW-CMM(Software Capability Maturity Model) 모델밖에는 없었다. 그 당시 국내에는 SW-CMM과 프로세스 개선을 제대로 교육할 곳이 거의 전무했으므로 어렵게 피츠버그의 SEI(Software Engineering Institute)에 찾아가 기초부터 차근차근 배우게 되었다.
그렇게 배운 SW-CMM을 시범 프로젝트에 적용해보고 전사 확산하는 개선 프로젝트를 하면서 가진 믿음은 모델은 절대적으로 옳다는 것과 다만 모델을 현실에 적용하는 방식과 그것을 수행하는 사람들의 인식과 수준이 낮을 뿐이라는 것이었다. 그러기에 역자의 부흥기도회와도 같은 열정적인 교육이나 세미나에 참석하는 사람들은 그런 높은 수준의 프랙티스(practice, 본문에서는 실행방법으로 번역)를 따라가지 못하는 스스로를 자책하고 이에 대해 죄책감을 가졌다.
SW-CMM이 CMMI로 변화하는 그 오랜 시간에 전혀 성공적인 개선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특히 전사적인 개선 프로그램보다는 단위 프로젝트에 적용한 개선 활동의 효과가 좋았던 경우가 다수 있었다. 아마 이때부터 역자는 모델 기반의 개선이라는 틀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왜 똑 같은 열정과 노력을 들여서 같은 모델로 개선 작업을 하는데 어떤 경우는 매우 성공적이고 어떤 경우는 실패하는 것일까? 단지 그 이유를 경영층의 책임(commitment)나 기꺼이 자신의 일로 받아들이는 Buy-In이 부족해서일까? 무언가 설명이 필요했던 역자는 결국 애자일(agile)을 만나게 된다. 특히나 자기조직화(self-organizing)하는 그 무엇이, 스스로를 책임지는 그 무엇이 그러한 차이를 가지고 오게 됨을 인식하게 되었다.
모델에 정의된 프랙티스를 정확히 수행하면 최소한의 품질은 보장할 수 있다는 개념의 모델 기반의 개선은 분명히 한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재미도 없다. 정말 서로간의 맘이 맞아서 엄청난 일을 성취해본 프로젝트나 팀에서 일해본 사람은 안다. 프로세스나 도구 때문에 그 엄청난 일을 해낸 것이 아니란 사실을. 스크럼은 바로 그 상태를 재현하기 위한 패러다임으로 무장하고 있다. 그런 좋은 경험이 운이 좋아서 일생에 한두 번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재현될 수 있는 것이다.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의 “Flow”를 읽어 보신 독자라면 같은 방식의 연구가 “몰입”이라는 주제로 개인을 대상으로 진행되었음을 상기하실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긴 여정을 통해 스크럼을 만나게 된 역자는 여러 프로젝트에 시험 적용과 확대 적용을 해보고 바로 내가 찾던 그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물론 스크럼조차도 몇 년이 지나면 그 효능이 떨어지거나 좀더 인간 본질에 대한 성찰에 기반한 그 무엇이 대안이 될 지 모른다. 하지만 그때까지는 스크럼이 매우 유용할 것이다. 더구나 상황대처 능력과 직관력이 뛰어난 한국인들의 심성에는 뻔한 것이지만 단계를 억지로 따라야 하는 딱딱한 업무 표준보다는 매일 새로운 방법을 창안해내서 곧바로 실행해낼 수 있으며 결과를 즉시 가시적으로 피드백 받을 수 있는 스크럼이나 애자일 방식이 성향에 아주 잘 맞는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책에 대한 번역은 역자가 관장하는 조직원들에게 스크럼을 설명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되었으나 역자가 스크럼을 실무에 적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외부에서도 많은 압력이 있었다. 그러던 차에 에이콘 출판사에서 시의 적절하게 번역을 의뢰하게 되어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애자일 서적의 특성을 고스란히 지니고 있는 이 책의 번역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행간의 의미를 정확히 살리는 것이었다. 역자의 경험과 지식에 의거하여 최대한 저자의 의도를 전달하려고 노력했지만 혹시나 잘못 전달된 점이 있다면 그건 오로지 역자의 부족함에서 비롯했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싶다.
조동환
# by | 2007/09/19 10:56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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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되었건 읽으실때 부자연스러운 부분없이 저자의 의도를 최대한 전달하도록 제가 가진 경험과 지식을 120% 활용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추가로 한국에서 번역되는 스크럼 책들은 공통의 용어로 통일하고자 여러 스크럼 번역자들끼리 협업하고 있는 중입니다. (물론 역자끼리 서로 합의가 안되는 몇몇 단어도 있기는 합니다만)
자주 찾아오겠습니다~~~~